1802년 런던, 1996년 서울

도서관에서 책 많이 빌려다 봤다고 상을 주었다. 속초에 있는 ‘속초평생정보관’이라는 곳에서 우수독서가족상을 주었다. 상품으로 5만원어치의 도서상품권과 부상으로 지공예 작품 하나를 받았다. 속초 시내에 살던 4년 전에 이미 한번 받았고 이번에 다시 순서가 돌아온 것이다. 대출이용률이 최고로 높아도 해마다 연속으로 상을 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한편, 같은 속초 시내에 있는 ‘속초도서관’에서는 한번도 상을 주지 않는다. 우수이용자 포상제도가 없는 것일까. (강원도는 도교육청에서 관할하는 도서관에 ‘속초평생정보관’이라는 이상한 명칭을 붙여놓았다. 이곳과는 별도로 시교육청에 속하는 ‘속초도서관’이 또 있는 것이다.)

양양 산골로 들어온 4년 전부터는 역시 속초-양양교육청에 속하는 양양도서관도 이용하고 있는데, 이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수독서가족상을 받은 바 있다. 그 이후로 또 준다는 소식이 없다. 양양도서관도 대출이용률이 아무리 높아도 같은 가족에게 해마다 상을 주지 않는 규정을 적용하는가 보다.

세 곳 도서관이 해마다 이용자 포상을 돌려가며 배분하지 않고 오직 대출이용률만 평가해서 상을 준다면, 내 생각으로는 우리 가족이 세 도서관에서 해마다 받았을 것이다. 상 타령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상을 무척이나 밝히는 위인으로 나를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교육세는 다 내면서 교육청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하는, ‘탈학교배움이’(unschooler)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도서상품권이 생겨서 좋고, 밋밋하게 오늘이 어제 같고 또 내일이 오늘 같고, 외적 자극이나 특별함 없이 날마다 한결 같은 시골에서 살다보면, 그런 작은 해프닝과 이벤트에도 아이들과 함께 희희낙락한다.

물론, 날마다 변화가 극히 적은 단순한 일상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을 떠나, 목가적이고 조용하며 질박하고 단순한 삶이 언제나 천천히 게으름을 피우는 곳, 그런 곳을 찾아 이 산골까지 오지 않았겠나. 산업혁명 초기를 살았던 월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런던 시내에서 읊조린 탄식은, 산업화를 초고속 개발독재로 완수한 남한의 서울 시내에서 내가 느끼는 피곤함과 별반 다르지 않다.

Written in London, September, 1802

O Friend! I know not which way I must look
For comfort, being, as I am, opprest,
To think that now our life is only drest
For show; mean handy-work of craftsman, cook,
Or groom!—We must run glittering like a brook
In the open sunshine, or we are unblest:
The wealthiest man among us is the best:
No grandeur now in nature or in book
Delights us. Rapine, avarice, expense,
This is idolatry; and these we adore:
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 are no more:
The homely beauty of the good old cause
Is gone; our peace, our fearful innocence,
And pure religion breathing household laws.

사실, 동해안으로 이사오면서 속초 같은 곳에 도서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사와서도 1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것도 두 군데나 있다니. 그러나 도서대여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제로 가보니 조금 나은 정도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 공공 도서관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가. 장서규모는 형편없어도 간간이 볼 만한 신간들은 자주 들어오고 이제는 절판되어 헌책방에서도 구할 수 없는 요긴한 책들이 가끔 발견되는 행운이 있어서, 그 정도 범위 안에서 이용할 만했다. 내가 볼 책 대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아이들 책 빌리는 일이다. 아이들 그림책 ― 이제는 동화책 사주는 것을 전부 감당할 수 없으니 도서관이 감당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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