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남녀상열지사에 개입하지 말라

만일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렀을 때, 간통죄로 고소하고 공동 재산을 모조리 당신 차지로 가져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모든 청춘사업과 애정행각과 애인과의 정사를 국가에게 허락받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 뿐만 아니라 결혼 자체도 국가에게 승낙받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결혼제도와 남녀간의 정사 자체도 법에 의거한 허락제로 바꿔야 한다고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당신의 침실을 법률가들에게 개방하라. 이것을 비약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지 말라. 이것이 논리적 함의요 귀결이다. 사적이고 개인적인 감정과 개인 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국가에게 위임함으로써 당신은 이제 스스로 자주적 개인의 기본적 권리을 포기하고 국가라는 공적 영역에 자신의 사적 실존을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옥소리 사건으로 이번에 네 번째로 제기된 간통죄 위헌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여론조사에서 70프로나 된다는 간통죄 처벌제도 존속 주장은 그 만큼 한국 사회가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정도로 한국 사회가 성적으로 폐쇄적이고 완고한 사회였던가? 이미 도덕적인 규범 따위는 씨도 안 먹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다. 배우자 몰래 애인 하나 두고 지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넘쳐나는 전국 방방곡곡의 러브호텔들을 보라. 70프로의 간통죄 존속 주장은 이런 현실을 은폐하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희망사항의 표현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심리적 방지효과를 거론한다. 법적인 강제를 하게 되면 심리적 방지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규범과 법적 강제와 현실의 간극은 계속 벌어져 왔을 뿐이다. 이런 사회는 피곤하고 위험한 사회다.

간통이 가정을 파괴하니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우자 한 쪽의 성적인 불성실로 파괴될 가정이라면 해체되는 것이 순리다. 법적인 강제로 유지되는 부부관계라면 해체하는 것이 맞다. 해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도덕 규범이나 법적인 강제로 유지한다고 해서 가정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적인 외도 때문에 빚어지는 부부간의 불화는 당사자들 상호간에 자발적 노력을 통하지 않고는 극복되지 않는다. 법적인 강제만으로 불화를 해소할 수 없다.

이미 간통죄의 법적 규제력이나 효력은 유명무실해 졌다. 간통죄라는 법제도는 애초에 가부장적 지배질서에서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통제는 여성에 대한 남성적 지배를 법제화한 것이 아니겠나. 산업화가 완료되면서 한국사회에서도 여성의 지위와 위상이 산업화 이전이나 초기보다 많이 향상되었다. 여성들도 ‘현모양처’라는 피학적(被虐的) 구속에서 벗어나서 당당한 욕망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간통죄로 피소되는 측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간통죄 처벌의 발생 배경, 즉 남성중심적 기득권에서 보자면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간통죄에 대한 여성 내부의 입장도 이제는 양분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폐지론을 주장하는 여성이나 단체들이 늘어나는 반면에 존속론을 주장하고 있는 여성들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런 여성 내부의 상반되는 입장은 간통제가 여성을 더 보호하는가, 아니면 남성의 기득권을 더 유지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논점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실증적으로 따져봐야 단지 부차적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간통죄 소송은 혼인관계를 해소하면서,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 빼앗아오기의 수단이 되고 있다. 아이들 양육권 문제는 또 이 수단의 수단이 되곤 한다. 약자 보호라는 본래의 명분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특히, 배우자 쌍방 간에 간통 소송이 제기됐을 때 이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애당초 이 사적인 영역인 남녀상열지사의 문제를 간통죄로써 통제하려는 기획 자체가 바로 물적인 토대, 즉 재산권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재산권이라는 물질적 소유 관계로 결혼과 가정이라는 비물질적인 관계를 규정하고 지배한다.

재산권의 영역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의 영역은 분리되어야 한다. 재산은 재산 문제일 뿐이고 부부간의 인간적인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남녀상열지사의 영역은 국가가 감히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다.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법적 제재는 완전히 철폐되어야 한다. 법적인 개입은 사적 영역이 아닌 부분, 이를테면 부부 공동 재산의 분배와 조정 문제라든가 부부간의 폭력 문제 등의 문제는 일반적인 약자 보호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법률가 집단은 대표적인 권력엘리트 집단이다. 매우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가부장적이다. 국가주의적 사고가 강한 집단이다. 자본의 이익에는 사적인 권리를 철저하게 인정하면서, 물질적 이해관계가 아닌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공권력에 독립적인 인간 본연의 기본적 권리에 대해서는 국가주의적으로 판단하는 집단이다. 이런 집단한테 국가보다 앞서는 자주적 개인들이 사적인 실존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를 들고나가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치욕적인 일인가. 국가에 대한 노예임을 선언하는 행위다. 한국의 간통죄 제도는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자율적인 영역의 것이 아니다. 시민 사회의 영역에 대한 국가권력의 위계적 지배의 산물이다.

이제 간통죄로 소송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할 때가 되었다. 부부들이여, 자존심 상하게 남녀상열지사 문제를 들고 법정에 나가지 말라. 당신들의 자존심 상대는 배우자가 아니라 국가권력과 법률가들이다. 그들 앞에 나아가서 사생활의 알몸을 다 보여줄 것인가. 그들 앞에서 성기를 삽입했느니 안 했느니를 따질 것인가. 재산문제가 중요한가? 사랑 문제를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참으로 치사한 짓 좀 그만 두라. 돈은 공평하게 나눠가져라. 아이들은 공동으로 책임져라. 그리고 자기의 갈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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