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재봉틀 고쳐요

이런 시골에는 아직도 잡다한 물건 고치는 아저씨가,
고장난 재봉틀 고쳐요,
하며 동네방네 돌아다닌다. 옛날처럼 등에 연장을 짊어지고 걸어다니며 외치지 않는다. 1톤 트럭을 타고 다닌다. 녹음된 고함소리가 확성기에서 들려온다. 진작에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태 살아 남아 있다. 수요가 적겠지만, 우리 세대를 기준으로 볼 적에 윗세대들, 아저씨·아주머니, 할아버지·할머니들만 주로 남아 있는 시골에는 지금도 물건을 ‘고쳐쓰며’ 살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들도 주로 가난한 시골주민이다. 시골 주민도 양극화가 되어 있다. 아주 가난해서 도시로 나가지 못하는 층과, 가진 땅이 많아 도시 중산층 이상으로 사는 층이다. 중간층은 이미 80·90년대에 다 도시로 나가서 도시서민으로 산다.

시골 부모의 자식세대들은 도시에서 상품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 소비를 만끽하며 살고 있다.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버리고, 고장나면 당연히 버리고, 유행이 지났다고 버리고, 기분 전환한다고 멀쩡한 것들을 버린다. 도시의 아파트 쓰레기처리장·폐품보관장소에 가보면 한살림 차리고도 남을 것이다. 저렇게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쓰기 위해서 부부가 ‘풀타임’으로 번다. 풀타임으로 버느라 시간이 늘 부족하다. 가족들이 하루에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그나마 얼마 안되는 시간에 이번에는 현대의 최면술인 텔레비전에 영혼을 헌납한다. 십여 년전부터 헌납할 곳이 하나 더 생겼으니, 인터넷이다. 돈 버느라고 기력이 쇠진해서 섹스할 시간은 있을까? 부실한 정자와 부실한 난자가 만나 아이 하나 겨우 낳는다. 아이에게 자연결핍증은 예정되어 있고 커서는 경쟁력을 쟁취해야 하는 지상의 과제가 주어진다. 풀타임으로 벌어 체면 유지와 아이들 학원비로 상당 부분을 쓰고, 음식은 즉석가공식품 위주로 먹고들 산다. 주말에 잠시 교외로 나가, 돈 쓰며 잠깐 놀다가, 승용차 안에서 더 많은 시간 갇혀 있다 돌아오면서, 여가를 즐겼다고 믿는다. 통장의 빚은 줄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돈 쓰는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허!

골짜기 마지막집 쪽으로 올라갔던 트럭이 이제 막 내려온다. 확성기에서 들려온다.

고장난 재봉틀 고쳐요.
고장난 마음 고쳐요.
고장난 정신 고쳐요.
고장난 문명 고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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