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잠을 잔다
한 아이가 잠을 잔다. 씻고는 자는 건지. 흙때가 낀 채 얼어터진 손등을 더운 물로 불려 깨끗이 씻겼으면 좋으련만. 다른 식구들도 모두 잠들었다. 좁은 ‘하꼬방’에 온 가족이 빈틈 없이 가로·세로로 누워 고단한 하루의 삶을 접고 있다. 아이는 문틈으로 찬바람 솔솔 들어오는 방문 곁에서 자고 그 안쪽으로 동생, 엄마, 아버지가 순서대로 자고 있다. 아랫목으로 아이의 작은 누이가 잠들어 있고, 아궁이가 시원찮아 연탄불이 잘 들지 않는 윗방에 큰 누이가 이불로 온 몸을 칭칭 둘러싸고 잠들어 있다. 아이는 오늘 먹고 싶은 것을 얼마나 먹었을까. 학교 끝나고 교문을 나서면서 문방구에서 파는 떡볶기며 오뎅이며, 튀김, 핫도그, 또 리어커에 다트를 달고 나와 파는 번데기 장수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먹고 싶은 것 먹어보기라도 했을까. 아이는 잠을 잔다.
아이의 잠은 살그머니 일어나, 아이의 얼굴을, 자궁 속에서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는 아이의 몸을, 때가 찌든 겨울 내복을 뚫고 아이의 알몸을, 그윽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아이는 싫컷 놀았을까. 엄마·아버지의 사랑 어린 관심을 실컷 누렸을까. 아이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일까. 딱지치기, 구슬치기, 팽이돌리기, 썰매타기, 바둑, 번갈아가며 계절마다 돌아오는 놀이에서 지금 아이의 관심을 끌어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잠은 아이의 몸에서 벗어나 오늘 아이의 하루를 한 발자국씩 따라가 보기로 작정한다. 겨울 아침 꿈처럼 달콤한 잠의 유혹에서 겨우 벗어났다가, 짧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들어 고요한 한밤중 이불 냄새와 낡은 도배지 냄새가 섞여 있는 방안 공기에, 그 조그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을 보태며, 아이는 잠을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