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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싸움

Tuesday, April 22nd, 2008

 

어떤 싸움의 記錄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
아버지의 팔을 꺽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
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
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릴 테야
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 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 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法도 없는 동네냐 法도 없어 法도 그러나
나의 팔은 罪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門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
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이성복, 全文)

 

***

오학년이던 해 가을이었다. 외갓집의 망나니였던 외삼촌이 어떤 아저씨를 데리고 우리집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아저씨는 외삼촌의 사촌형, 그러니까 엄마 형제들의 사촌이었다. 그 작자는 언제나 술에 찌들어 살고 불량하고 거친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아직 젊어 혈기왕성한 외삼촌은 그 사촌형을 잘 본받아서 판단과 행동을 대부분 그 작자에게 의존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날 모종의 ‘행동’을 작심하고 찾아왔었나. 초저녁이었고 술상이 차려져 술잔들이 몇 순배 돌아갔다. 술좌석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는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 어른들 이야기가 험하게 오고 가면서 고함 소리가 터졌다. 술상이 뒤엎어지고 방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악쓰는 소리, 욕하는 소리가 뒤섞이고 엉망이 된 좁은 방안에서 모두 일어나 주먹다짐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곧 미닫이 창호문은 발길질에 뜯겨 쓰러지고 다들 마당으로 나뒹굴었다. 방바닥이며 마당의 시멘트바닥에는 피가 떨어졌다. 누군가 피투성이가 된 듯했다. 아버지의 이마 왼쪽에서 흐르는 피가 눈에 들어왔다. 순하던 아버지도 무척 취해서 두 사람과 일대이로 싸웠다. 마당에는 물 담아놓고 쓰던 드럼통이 있었는데, 누군가 그 나무덮개을 들고 휘두르고 집어던졌다. 엄마와 함께 그들을 말리고 있던 큰 누나가 격앙된 목소리로, 파출소 가서 순경을 불러오라고 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맨발로 숨이 차도록 뛰었다. 큰 길가에서 늘 보았던 파출소까지 득달같이 달렸다. 들어가자마자 허겁지겁 누군가한테 외쳤다. “싸움이 났어요.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있어요.” 그들은 누구랑 싸우느냐고 물었고, 삼촌하고 싸운다는 내 말에 낄낄대면서 그건 집안 싸움이 아니냐고 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서로들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한참 뜸을 들이고나서야 귀찮아 죽겠다는 듯 마지못해 둘이 일어나 모자를 쓰고 내 등을 돌려 세워 백차에 태우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우리집으로 향했고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향을 일러주었다.

그때부터 나와 나의 형제들은 그 망나니 외삼촌을 더 이상 ‘외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으며, 술버릇 나쁜 사람을 증오했다. 동생과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 놈이 다시 우리집에 와서 깽판을 부리면 때려죽이겠다고 오랜 세월 별렀다. 고등학생이었던 어느 날 엄마한테서 그 외삼촌의 사촌형이란 작자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고, 우리집에 얼씬도 못하던 외삼촌은 오랜 세월 알콜중독으로 외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언젠가 이미 알콜중독 말기로 숯처럼 검은 얼굴을 하고 우리집에 와서는 나를 보며 오랜만이라고 웃으며 반가워했다. 알콜 때문에 숯처럼 타버린 그 얼굴을 보면서 그토록 오래 증오했던 마음은 사라졌고 그의 인생이 불쌍해졌다. 얼마 뒤에 그도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기고 외할머니보다 먼저 죽었다. 아버지는 그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음에도 더 오래 살다가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