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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독하다

Friday, March 14th, 2008

냇가에 가면 얄독한 돌이 많다. 물수제비를 뜰 때는 납작하고 얄독한 돌을 던진다. 그 돌은 바로 자갈돌이다. 자갈돌은 대부분 얄독하다. 얄독하지 않을 때도 있구나. 뜨거운 여름 땡볕에 구워진 자갈돌은 얄독하지 않다. 여름 계곡 차가운 냇물에서 맨발로 실컷 놀다가 발바닥이 시려지면 따뜻하게 덥히기엔 안성맞춤이다. 얄독한 돌은 ‘동그랗고 차갑고 매끄러운’ 돌을 말한다. 다섯살 때 딸아이가 지은 말이다. ‘동그랗다’는 아마 구형 보다는 원형에 가까운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샘물을 뜨러 일주일에 한번 가족 모두 한재 샘터에 가곤 하는데,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늘 그늘이 지는 그곳에 얄독한 돌이 많았다. 그 샘터가 ‘얄독하다’가 태어난 고향이다. 나는 이 말이 참으로 좋다. ‘자갈’이란 단어는 돌의 발생학을 주로 보여주지만, ‘얄독하다’는 손에 쥐어지는 감촉에서 생겨난 기표다. 돌의 질감과 무게와 모양을 예민하게 받아낸다. 아이가 받아들이는 싱싱한 감각에 한국어의 모음과 자음이 어떤 필연성을 가지고 혀끝을 대본 것은 아닐까. 추상·관념어에 대해서는 소쉬르의 언어학이 자명하지만, 감각어에는 어떤 석연찮은 신비가 있어 보인다. 그 신비는 비리다. 맨날 풀만 먹다보면 몸이 비린 것을 원한다. 나는 신비주의에 질색하지만, 그 신비는 즐거워서 그냥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