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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내 새 집

Monday, March 24th, 2008

 

유목과 은둔

 

의리(義理)가
낮은 샘가에 피묻은 채 머물고
온 허공에 수만 가지 꽃, 꽃들이
어지러이 피어
어찌 나갈까
저 먼 쓸쓸한 바다까지
가 마침내 내 두 아이를
만나 기어이
데리고 돌아올까
유목과 은둔의 집이여
오랜 내 새 집에.

( 김지하, 全文)

 

***

 

물론, 나의 <은둔과 유목>이, 김지하의 <유목과 은둔>에서 온 것은 아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이 서로 상관없이 태어났듯이. 김지하는 유목을 앞에 놓았고 나는 유목을 뒤에 놓았다. 유목이 앞에 있으면 불안하다. 나에게는, 유목의 수평적 날렵함은 은둔의 수직적 깊이에서 온다. 그 깊이의 하강에서 비로소 유목의 수평적 날렵함이 나비처럼 탄생한다. 정신의 자취인가? 몸의 기록인가? ”오랜 내 새 집”에 처박혀 나는 낡아가고 야위어간다. 마침내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갈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은둔과 유목’이다. ‘씌어지지 않을 자서전’.